210811 우울일기
홍양도 떠나갔는데 기분이 왜 이럴까.
이거는 정말 pms가 아니라 온전히 내 증상 같은데.
오해받는걸 싫어해서 그런 상황을 만드는걸 싫어한다.
그리고 오늘은 기대가 무너져서 실망감이 나를 지배하는 느낌이다.
계속 조금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려고 계속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는데
늘 그렇듯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 많은 선택지 중에 제일 나쁜 선택지를 고르는 사람의 마음은 뭘까.
그래야만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잠깐만 덜 불편하면 더 큰 화가 일어난다는걸 왜 모를까.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나라면 안 그랬을 텐데.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말이였을텐데.
내가 너무 큰걸 바라나? 고작 이정도가 큰 거라고 검열해봐야 하는 건가. 끔찍하다.
나도 좋은 리더는 아니였다.
다만, 그래도 최소한 후임들이 실수한 것에 대해서는 내 책임도 항상 있다고 생각했었기에
그나마 계속 떳떳했던 것 같다.
실제로 책임도 지긴 졌고.
적어도 온갖 비리가 넘쳐흐르던 회사에서 부끄럽지 않은 상사가 되고 싶었으니까.
근데 보통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하다.
난 그럼 뭘 위해 그렇게 애썼는가 싶고. 이렇게 그냥 남탓이나 하면 잘 넘어갔을 일일텐데?
사실 리더라는 입장에서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람관리도 꽤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어떤 리더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그 조직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 지 확확 갈리니까.
막말로 최근에 우리나라 여자배구팀을 봐도 그렇다.
김연경선수가 리더로 이끈 결과가 4강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나를 따라야 할 사람들이 그러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들이 한두명씩 차츰 사라진다면,
리더는 점점 외로워지지 않을까.
본인이 뭘 잃어가는 지도 모른채 사는 것도 씁쓸할테고.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 생각이 또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럴려고 꿈자리가 뒤숭숭했나 싶고. 그래 어쩐지 너 까지 나온다고? 할 정도로
거의 동창회마냥 떼거지로 나오더라니 ㅋㅋ
오늘은 그냥 일찍 자야겠다. 생각이 많을땐 잠으로 때워서 잊어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