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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쓰는 얘기 뿐.
[연재] 칼질을 못하는데 왜 주방에서 일해?

칼질을 못 하는데 왜 주방에서 일해? (1)

by Shinbibi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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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가 외식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한건 19살. 

고3 수능 끝나고 이제 용돈벌이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우리집은 절대 부자가 아니였고 부모님에게서 받는 용돈으로 내가 갖고 싶은걸 사기엔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는 뭐랄까... 선택 아닌 필수였던 것이다! 

 

이상하게 고등학생 시절에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참 많았다.

수능도 끝났으니 이제 진짜 놀 것만 남았다! 라고 생각해서인지 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고,

 

당시 공고에서 수능끝난 고3까지도 지원가능하다는 공고를 보고 여러군데 지원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연락은 오지 않았다.. 무경력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19살 짜리를 어디다 쓴다고... 

근데 진짜 희한하게 딱 한 군데서 연락이 왔다. 

 

만약 여기서 연락이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과연 외식업을 계속 하겠다 마음을 먹었을지 의문이긴 하다... 

 

 

 

지금도 그 광고문구와 음이 기억이 남는 피자집이였는데... 1588-3082 도미노피자 유후~

( 이때 당시 이게 밀고있던 도미노피자의 밈 같은 것이였다.. 유후~ 저거까지 해줘야 제맛이라고) 

 

도미노피자는 무조건 배달과 포장만 하는 매장이였어서 피자헛을 제쳐두고 도미노피자로 지원했었었다.

왜냐면 물론 그 때는 10대의 깨발랄함의 성격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냥 사람 상대하는 것이 좀 무서웠음.

10대고 첫 알바니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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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울에 있는 한 직영점이였고, 거주지가 인천인데 면접보러 올 수 있겠느냐 하셔서 "갈 수 있습니다!!! "하고

당차게 교복을 입고 갔던 걸로... 아마 오전 수업 끝나고 바로 지하철 타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는 공항철도 이런게 없었어서, 인천사람이 서울로 나가려면 무조건 부평까지 가서

1호선 용산 급행을 타고 갔어야 했는데 겁도 없이 나는 그 곳을 찾아 갔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꽤 소심했던 내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세상 놀라울 따름이다..

과거의 나 자신 패기 무슨 일.

 

 

근데 또 하필이면 내가 면접보러 갔던 날 해당 매장 직원들이 전부 남자였어서(...)

살짝 쫄아있는 상태로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배달이 주된 매장이다보니 라이더들이 우글우글 했는데 이 라이더들의 첫인상이 굉장히 무서웠기 때문이다.

문신이 있거나  수염이 덥수룩 하거나 ... 아무튼 매장 들어가서 흠칫 했음... 

 

불행 중 다행으로 매장 점장님은 여자분이라고 하셨음.. 당일 휴무셔서 일단 못 뵈었고.. 

부점장님이 면접보고 계속 " 할 수 있겠어요? 인천에서 여기까지 다닐 수 있겠어요??? " 하며 의문을 가졌지만나는 여기 말고는 달리 연락온 곳이 없었어서 그냥 할 수 있다고 또 패기넘치게 대답을 해버렸다.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서ㅋ

 

 

 

해서 아무튼 합.격. 보건증 만들고 부모님한테 허락 받고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당~ 호호. 

 

그 전에 바로 근무하려면 레시피를 좀 알아야된다고 해서 레시피를 주셨던거 같은데 보건증 나오는 동안 학교에 가면 계속 그거를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뭔가 첫 알바니까 너무 긴장되고 이걸 못 외우면 민폐가 될 거 같고 해서 외우는데 진짜 이게 안 외워지는 것이다.....

 

미리 말하지만 난 공부머리가 썩 좋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과목만 잘하는.. 편식이 심한 아이라고나 할까?

( 학교 다닐 때도 좋아하는 과목은 100점 싫어하는 과목은 50점 막 이런 식이였음 ㅠㅠ ) 

 

 

피자를 만드는데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되고 토핑 순서가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음.. 

그래서 그 순서대로 외우는데 이 실물피자를 보지도 않고 만드는 과정을 보지도 않으니 진짜 안 외워졌음. 

그래서 나름 꾀를 쓰겠다고 한게 토핑 재료의 첫 글자만 따서 일단 외우는 거였음.

보통 한국사에서 전쟁이나 뭐 그런거 외울때 쓰던 방식이였는데 이걸 적용해서 외웠음.

 

가장 쉬운 예로 가장 만들기 쉬운 피자인 불고기피자의 토핑 순서는 양피버불. 이였음.풀면 양파 피망 버섯 불고기 로,

이 순서대로 토핑을 하면 되는거였음ㅋ 치즈는 공통이니까 빼고 이런 식으로 외우니까 그나마 좀 외워지기 시작했음.

나혼자 '오... 이 아이디어 좋은데?' 하고 감탄하면서 외움ㅋㅋㅋㅋ 

 

 

해서 어찌저찌 짧은 순서들의 피자토핑 순서만 몇 개 겨우 외워서 대망의 첫 출근을 하게 되었음. 

 

매장에는 점장님, 부점장님 2명 까지 정직원 총 3명이였고,

나머지는 죄다 라이더들 뿐이였고 사람 없으면 라이더들이 피자 만들고 바로 배달 나가는 방식이였다.

 

나의 역할은 CSR이라고 해서 주문전화를 받거나, 피자를 만드는게 주된 업무였는데 

일단은 피자 만드는 사람이 따로 없었기에 피자를 만드는 업무에 투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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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도우를 펴서 밀어주면 내가 주문 빌지를 보고 피자를 만들어서 오븐에 넣고,

꺼내서 자르고 포장까지 하면 끝!이지만 첫날부터 할 수 있을리가...^^

 

피자 주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만드는지 부점장님이 보여주고 2번째부터는 내가 해보고 했는데 

한가할때는 버벅거려도 누군가가 커버해줘서 괜찮은데 진짜 바쁠때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주문 빌지는 뚜뚜뚜뚜 계속 들어오지 ( 그리고 도미노피자에서는 콜센터가 또 따로 있어서 매장으로

전화 안해도 주문 넣을 수 있었음 ) 나는 레시피 숙지가 다 안되어서 진짜 복잡한 피자 들어오면

??? 상태에서 정지 되어버리지 

 

직원들은 전화도 받고 배달도 나가야되는데 나도 봐줘야함 ㅠㅠ 진짜 바쁘면 매장이 초토화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당시에 도미노피자는 30분 이내 배달이 안되면 전액무료로 피자를 제공한다는 

말도 안되는 슬로건을 걸고 있어서 진짜 주문 몰리면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피자가 또 피자만 파느냐고???  피자도 팔고 스파게티도 팔고 사이드로 피클이랑 갈릭디핑소스 핫소스 챙기고 배달지 주소가 적힌 스티커 피자박스에 붙여서 해당 피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넣고 거기다 콜라인지 사이다인지도 봐야하고 아무튼 난리였음..익숙해지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생초짜인 나에게는 모든 것이 너무나 험난한 것들이였음;; 

 

 

 

그래도 어린 애라고 다들 화내지 않고 (ㅋㅋㅋㅋㅋㅋ) 한숨을 쉴 지언정ㅋㅋㅋㅋㅋ

진짜 화내는 사람 한명도 없었음..좋은 사람들이였음.. 진짜 첫 알바치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음 ㅜㅜ 

 

그래서 이때 그렇게 배워서 그런지 나도 일하면서 애들한테 화 진짜 안냄..

말도 안되는 실수나 본인이 다칠 거 같은 사고관련 위험 아니면... 

 

 

 

뭐 아무튼... 모두 다 잘해주셔서 나도 시급으로 돈을 받는 거고 주문이 없으면 하나라도 일 더 하려고 애썼음..

밥값은 해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ㅋ

 

이때는 피클이 대롱대롱 하얀색 플라스틱에 달려있는 채로 입고가 되어서

하나하나 다 떼서 써야 했던 때인데 주문 없으면 피클 따거나, 콜라나 사이다가 차갑게 배달되어야 하니까

미적지근한거 들고와서 비닐뜯어서 선입선출 해서 하나하나 빼고 넣고, 그리고 피자박스도 미리미리 접어놓고, 

피자박스 상단에 붙이는 전단지도 붙여놓고 여튼 열심히 했음.

 

 

또 어린 애가 그러고 있으니까 불쌍한건지 ㅋㅋㅋㅋㅋ 라이더 오빠들 맨날 한숨쉬면서 도와주고 그랬음.

"제발.... 제발 주문 없을때는 좀 쉬자.... 응???" 이러면서 애원하던 오빠도 있었음ㅋㅋㅋ

 

그러면 나는 세상 해맑은 얼굴로 " 아!!오빠는 쉬세요^_^제가 할게요!! " 라고 하면 또 한숨 푹푹 쉬면서

" 너가 일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쉬니!!!! " 하고 성질내면서 결국 도와줬음ㅋㅋㅋㅋㅋ진짜 착한 오빠들이였음..

 

생긴건 진짜 무섭게 생겼는데.. 진짜 배달 오빠들 관련 일화도 엄청 많은데 ㅋㅋㅋ 나중에 생각나면 한꺼번에 풀어야겠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 면접보고 나서 자기들끼리 내기 했다고 한다ㅋ

 

쟤가 몇 일이나 버틸 것 같으냐? 라고 하면서 ㅋㅋㅋ 그래서 한 부점장님은 처음에 날 보고

'어차피 그만둘 애'라고 생각해서 데면데면하게 대했다고 한다. 근데 애가 멀리 사는데 지각도 안하고 ( 지각 1번도 안함ㅋ ) 열심히 하고 안 빠지고 하니까 점점 마음을 열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냐? 열심히다!!!! 아 물론... 내가 10대 버프를 받았던 건 명백한 사실이다..

만약 내 나이가 많았어도 저 사람들이 저렇게 관용을 베풀어 주었을까? 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니란 말이지.. 

 

근데 일단 뭣도 못하면 열심히라도 해야 한다.. 열심히가 기본이고 근태도 기본이다. 

일도 못 하는데 불성실하고 지각까지 하면 그건 진짜 폐급이지.. 

이걸 모르는 애들이 너무 많아서 하는 말이다.... 기본이라고........ 제발.. 흑흑. 

 

 

 

투머치토커라 그런가 쓰다보니까 또 글이 길어진다.... 2편에서 만나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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