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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쓰는 얘기 뿐.
[연재] 칼질을 못하는데 왜 주방에서 일해?

칼질을 못 하는데 왜 주방에서 일해? (2)

by Shinbibi 2024.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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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경험없는 애 치고는 열심히 하려고 한게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
직원들은 나에게 서서히 하나씩 일을 주거나 알려주려고 했고,
나도 그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머릿속에 쏟아지는 정보들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꽤 옛날이고, 어차피 바쁘면 핸드폰 만질 시간도 없어서 그때는 뽑아주셨던 레시피 A4 를 접어서 바지주머니에 넣고 메모할게 있으면 메모하고 다시 집어넣고 .. 레시피 덜 외운거 있으면 얼른 꺼내서 보고 했었다. 
 
 
지금으로 치면 진짜 말도 안되는 피자가 엄청 많았는데.... 어떻게 또 하다보니까 외워지긴 외워지더라는ㅋ 
 
근데 정말 확실하게 느낀건 종이에 써서 눈으로 볼때는 죽어라 안 외워지던 것들이한번 손으로 만들어보니까 확실하게 암기가 된다고 느꼈다!그래서 가끔 외식업에 막 들어와서 레시피 암기 안되서 힘들어하는 신입들에게는 손으로 하면서 외워보라고 시키는 편이다.그러면 곧잘 하는 애들이 있기 때문에ㅋ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대부분 손으로 하는게 더 빨리 외워지는 것 같다.
 
 
그렇게 평화로운 듯한 일상을 보내던 중... 이제 어느정도 업무가 숙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는지부점장님이 나에게 배달전화를 한번 받아보라고 시키셨다.
 
전화가 오면 받아서 컴퓨터로 배달주소랑 주문하는 메뉴랑 손님 전화번호까지 입력하는 것 이였는데,첫 주문일 경우에는 아예 해당 번호로 배달주소를 입력해서 저장을 해놔야다음번에 이 고객이 전화했을때 " ㅇㅇ동 맞으신가요? " 하고 더 편리하게 일할 수 있다. 
 
그래서 신규 주문일 경우에는 수화기를 어깨에 올려놓고 뺨으로 누른다음배달 주소를 입력했어야 했는데, 이 전화를 받는 업무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_^
 

 
일단 내가 고등학생때 너무 MP3 ( 요즘 세대들은 모르겠지.. ) 를 볼륨 빵빵하게 틀어놓고 듣고
노래를 들으면서 잠들던 버릇이 있어서 난청끼가 있었다... 지금도 사실 잘 못 듣긴 하는데 이땐 더 심했음ㅋㅋ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가 아니다보니 동네 이름, 빌라나 아파트 이름이 도무지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시키면 해야지... 해서 한 주문을 받게 되었다. 
 
 

" 감사합니다 도미노피자 ㅁㅁ점입니다~~ "
 
" 여기 ㅇㅇ동 ㅇㅇ빌라 ㅇㅇ동 301호인데요~ "
 
" 네????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세요 ㅠㅠ "
 
" ㅇㅇ동 ㅇㅇ빌라 ㅇㅇ동 301호요. "
 
" ( 타자치는중 ) 몇 동이라고 하셨죠?? "
 
" ㅇㅇ동... ( 여기서부터 손님톤이 슬슬 빡쳐하는게 느껴졌음 ) "
 
 
 
수화기가 내 생각보다 소리가 훨~~~~씬 더 안 들렸고... 안 들리니까 계속 나는 다시 말해달라고 하고..
손님은 빨리 주문하고 끊고 싶은데 내가 붙잡고 있으니 서서히 한숨 쉬면서 말 끝이 짧아지고... 
손님 주문 날아가겠다 싶었는지 결국 옆에 듣고 있던 부점장님이 뺏어서 자기가 받아줌ㅋ 
 
근데 이 손님의 한숨 + 빡친 그 낮은 톤의 목소리가 엄청.. 엄청 트라우마로 남은 것임ㅋㅋㅋㅋㅋㅋ
이때부터 내가 전화나 통화를 피하게 되었음ㅋㅋㅋ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기서 시작된거 같다...
( 그래서 나는 정말 엄청 급할 때 아니면 무조건 카톡만 씀... 이때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 )
 
 
 
처음이라서 그래~ 하면서 다음에 또 전화를 받아봤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음..
나는 계속 안들려서 네???? 하고 손님은 계속 얘기하다 빡치고..
손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치만 모르겠는걸 어떡함 ㅠㅠ
 
예시를 들어보자면 만약에 뭐 ... 회현동인데 혜현동이요??? 이런 식으로 반문하는? 
서울사람들은 혜현동이 존재하지 않음을 아니까 단번에 회현동을 알아듣겠지만 난 서울사람이 아니니까 ㅠㅠ 잘 몰랐음.. 
 
내가 너무 반문하는게 잦으니까 다들 그냥 전화업무를 나에게 주지 않고 나도 기피하게 되었음..
전화벨만 울리면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식은 땀이 났음. 
 
다른 사람들도 내가 너무 ㅇ_ㅇ;;;; 하는게 눈에 띄게 보이니까 그냥 포기하고ㅋㅋㅋㅋㅋㅋ
라이더 오빠들도 배달 들어오자마자 쉬고 싶은데 전화벨 울리면 으휴~~~ 이러면서 전화 대신 받아주셨음.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민폐 of 민폐였던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_^ 
 
진짜 엄청엄청 바빠서 배달도 막 4~5개 묶어서 가고 그럴 때였는데 
그냥 듣다가 안되면 넘기더라도 일단 받아주면 안되냐고 짜증내는 라이더 오빠도 있었음ㅋㅋㅋ 
근데 그 당시에는 너무 무서웠음.. 그냥 저 첫 통화가 너무 컸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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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그냥 콜센터로 돌려버리는 방법도 있었는데 거의 그걸로 돌려버리고
( 전화 안 받고 뭐 누르면 콜센터에서 받게 되는? 그런 방식 같았음.. 내가 직접 해본적은 없어서 자세히 모르겠음 )
저 아이에게 전화업무는 포기하자! 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실상 1인분을 못하게 된 것임...
원래 같으면 전화까지 받아줘야 1인분을 하는 것이였는데 전화를 못 받게 되니 0.7인분 정도가 되어버린..? 
 
원래도 열심히 했지만 이제 더더더더더 열심히 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들끼리 얼마나 욕했을까 싶고 ㅋㅋ 전화도 못받나 문디가스나! 이러면서 ㅋㅋㅋㅋ
 
 
어쨌든 애는 애라고 내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다들 잘 해줬음..
나도 이제 피자 도우 밀어서 넘겨주면 피자 빠르게 만들어서 오븐에 넣고 나오면 컷팅 휠로 휙휙 잘라서
( 사실 이거 자르는거 재밌었음 ㅋㅋ)
 
 
박스에 넣고, 배달될 주소랑 피자 맞는지 보고 봉지에 콜라인지 사이다인지, 디핑소스랑 피클 몇 개인지
체크 잘 해서 딱딱딱 쌓아놓고! 아무튼 최대한 라이더 오빠들이 편하게 가져가고 헷갈리지 않도록 구분 해놓고 했음.
 
약간 실수 안하려고 엄청 애썼던 때라 뭘 빠트려서 안 보냈던 적은 정말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없었던 듯.아예 없진 않았고 한 두어번정도? 그럼 그거 갖다주러 라이더 오빠가 한번 더 갔던 곳을 가야 했어서 ㅠㅠ 그냥 오빠들한테 죄송하다고 굽신굽신 거렸음...
 

 
 
 
근데 가~~~~~~~끔 이제 피자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매장으로 전화가 오면 심장이 철렁했음..
모자도 쓰고 있고 머리망도 하고 있는데 '혹시 내 머리카락일까? ㅠㅠ ' 하는 불안감이 맨날 들었음.
 
그 때 당시에는 손님이 피자를 다시 해달라고 하면 다시 배달해주면서 그 머리카락이 나온 피자를
수거해와서 길이를 보고 누구의 머리카락인가 하고 대조를 해보던 때였는데 ㅋㅋ
 
당시 나는 학생이라 검은 머리카락 / 규정상 직원들도 다 검은 머리 였는데 돌아온 머리카락이 염색모일 경우...........
1000000% 손님이 고의적으로 넣었다고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냥 휴~~~ 그래도 내거 아니여서 다행이다~~~ 하고 넘어가곤 했다.
 
 
대신 해당 손님은 이제 매장 자체내에서 정보를 입력했던가 본사에 보고를 했던가 ....
아무튼 따로 블랙컨슈머를 관리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추후에 같은 일이 발생하면 이제 흥미로워지는 ㅋ 
 
 
말이 나와서 하는 소린데 진짜 이상한 손님 많았다..
진짜 또라이질량보존의 법칙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있었던 듯. 
배달을 안 나가는건 여자점장님과 나 둘 뿐이였는데 일부러 둘만 있을때 전화하는 변태남도 있었고.. 
 
( 이게 진짜 무서운게 밖에서 배달 오토바이 있는지 없는지 지켜보고 있었다는거 아님? 
오토바이가 한 대도 없으면 라이더 오빠들이 다 나가있는건데 ㅡㅡ
매장이 비치는 통유리로 되어있어서 더 잘 보이기도 하지만; ) 
 
 
30분안에 도착했는데 결제할 때 30분이 되었으니 환불해주고 무료로 줘야 되는거 아니냐고 박박 우기는 손님...
맞게 보내줬는데 자기가 주문한거랑 다른 피자가 왔다고 떼쓰면서 바꿔달라는 손님... 
( 이런 경우 전화주문이면 통화내역이 다 녹음되고 있기 때문에 안 통함 )
 
뭐 양파 빼달라고 해서 뺐는데 막상 또 먹으면서 왜 양파 안 넣어줬냐고 화내는 손님..
독특한 케이스로는 치즈피자 한 판 시키는데 피클 20개 시키는 손님도 있었음.
( 아니 이정도면 피클을 위해 피자 먹는거 아니냐고... )  
 
 
 
뭐 그래도 좋았던 점은 직영점이라서 장시간 근무시 간식비가 따로 나왔고,
( 현금으로 받아갈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배달오빠들한테 부탁해서
들어올때 슈퍼나 편의점 들러서 바나나우유 사달라고 했었음ㅋ )  
 
식사시간에 거의 나는 그냥 배가 안 고파서 밥 안 먹고
탈의실에서 박스 깔고 워크인 들어갈 때 입는 빵빵한 잠바 입고 드러누워서 잤음..
그러고보니까 나 10대때부터 쉬는 시간에 잤네...?  -_- 
업무강도가 약한 편은 아니였던 것 같음.. 편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잤을리가 없어. 
 
그리고 여러분 이렇게 굶으면 안됩니다...^^ 나중에 요요 개빡세게 찾아옵니다 나도 모르고 싶었지...응...
알았으면 배 안 고파도 꾸역꾸역 밥 먹었다 진짜로...ㅋ.... 
 
 
 
평일근무때는 학교 끝나고 점심 호로록 먹고 후다닥 가면.... 쓰읍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2시? 3시? 쯤 이였던거 같음. 그러면 이제 직원들 밥 시간 돌려주고 마감치고 지하철 타러 가면 대충 10시? 
그러면 이제 거기서 집까지 가는데 한시간~ 한시간 반 걸리니까 집 도착하면 빠르면 11시~11시반정도.
 
씻고 12시쯤 잤다가 다음날 학교가려면 최소 7시 기상 이니까 
수능 끝난 고딩치고는 살짝 빡센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정이였던 거 같음. 
 
주말근무때는 FULL근무라서 오픈부터 마감까지 대신 오픈은 직원이 하니까
9시출근해서 21시 퇴근이거나 10시출근해서 22시 퇴근이거나 했던 거 같음. 
 
 
아 그리고 도미노피자는 알바들 급여가 주급으로 줘서 매주 화요일마다 지난주 일한 금액이 들어옴!
첫 주급 받자마자 10만원정도 엄마한테 드렸던거 같은데 엄마가 꽤 감동받으심ㅋ
여튼 그래서 좋았던 거 같다 이번주 열심히 일하면 다음주에 돈 나오니까..
돈 급한 사람들은 도미노피자 알바하면 좋음. 지금도 워크맨인가 보니까 주급으로 주더만ㅋ 신기함
 
 
어째 쓰다보면 자꾸 길어지네.. 여튼 3편에서 또 만나용 
3편은 늦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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