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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쓰는 얘기 뿐.
일기

가브리엘씨. (1)

by Shinbibi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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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사원이면서 동시에 작가면서 글쓰기수업도 담당하고 있다.

틈틈이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토록 힘들고 지치게했던 마감이 끝나면서 숨 돌릴 새가 생겼는지

매주 4번 메일로 편지를 발송하는 구독서비스 모집글을 올렸더라.

 

이렇게 매순간을 열심히 사는 그에겐 아무래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를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완벽주의에 가까운 성격을 가진 그는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일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잠을 줄여서라도 끝내야만 성미가 풀리는 듯 하다. 

 

 빚쟁이 같을까봐 독촉은 못하고 있지만 그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에 보내겠다던 그의 글은 오질 않는다.

바쁘게 몰아치는 업무로 메세지 보내는걸 잊었으려나.

아니면 곧 출간할 신간인쇄로 여전히 바쁠 수 있다.

 

모든 것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기에 마음에 들 때까지 글을 고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데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텔레파시라도 받았나? 신기하다.

 

 

 

*

 

 

 

일주일만에 만난 그는 한층 더 가벼워진 머리카락을 흔들며 나를 반겨주었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서.

무언가 급하게 보내야 할게 있다면서 내내 조용히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고 있던 그에게

최대한 걸리적거리지 않게 다녔는데 눈치가 무지하게 빠른 그는 또 나를 쳐다보며 뭘 찾냐며 물어보았다.

 

머쓱하게 웃으면서 설명하는데 왜이렇게 진땀이 나던지.

아악. 방해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살림살이를 뒤집고 다녔나 싶어서 부끄럽기도 했다. 

 

안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 그인데 괜히 내가 너무 그 시간을 뺏나 해서

‘혹시 제가 일찍 오는게 불편하시면 좀 천천히 시간 맞춰 올까요?’ 하고 물어보자 괜찮다고 한다.

저 사람은 그런 사람이다. 다 괜찮다고 한다. 

 

 

짧아진 머리끝을 매만지며 어색하다고 하는 사람.

오히려 머리로 얼굴을 가려두었을 때는 인상이 차가워 보였는데

지금이 훨씬 시원해보이고 낫다고 하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사하다고 한다. 정말인데.

 

눈의 절반을 머리카락으로 가려두어서 그동안은 바라보고 있어도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눈매 그대로가 다 보여서 웃으면 훨씬 친근한 느낌도 들고. 

 

종종 차가운 인상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봤을땐 그정도로 차갑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역시 사람들의 눈은 다양한가 싶었다. 아니면 웃는 모습을 많이 봐서 그런가?

가끔 웃을 때 왼쪽 입꼬리부터 올려 웃긴 하더라. 

 

 

 

내내 죽어라 내리쬐는 바깥 날씨 덕분에 너무 덥고 습해서 실내로 들어오자마자 숨이 절로 쉬어지는 기분이였다.

이 차가운 공기에 내 뜨거운 숨을 몰래 섞어 뱉어도 아주 조금의 영향도 없을만큼.

그래서 나도 모르게 “ 후우우~ ” 하고 숨을 길게 내뱉자 갑자기 그는 에어컨 리모컨을 집더니 온도를 낮춰주었다.

내가 오자마자 더워하고 있다는걸 눈치채기라도 하듯. 

가만보면 무뚝뚝한것 같아도 다정한 면모를 가진 사람이다.

 

지난 번에는 내내 가동되던 에어컨 때문에 살짝, 서늘함을 느낀 내가 겉옷을 슬그머니 입었는데

그가 바로 온도를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옷 입는 소리 좀 안 나게 바람막이를 그만 입어야 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아무도 모르게 입고 싶은데 바스락거려서 매번 들킨단 말이지.

 

그래도 가방에 아무렇지 않게 대충 구겨넣기 좋고 주머니도 달려있고,

무게도 더없이 가벼운건 바람막이 뿐이라 매번 포기가 안된다.

패션의 완성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추울때 빠르게 입고 더울때 빠르게 벗을 수 있는건 너 뿐이야 바람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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