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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쓰는 얘기 뿐.
일기

가브리엘씨. (2)

by Shinbibi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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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하고 싶은데 어떤게 좋으려나 싶어서 상당히 고심해서 고른 선물과

같이 드릴 편지를 쓰고 있었는데 카톡이 울린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따 오실 수 있겠냐면서. 그런데 자신은 가서 기다리겠다고 하면 당연히 가야지. 

 

아니 내가 본인한테 편지 쓰고 있는거 알고 카톡보내셨나?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 구만. 가끔 진짜 텔레파시 같아서 좀 놀래. 

 

오후 6시가 넘었는데 오늘은 한 끼도 드시지 않았다며 식사좀 하고 오신다고 한다.

문은 열어두었으니 혹시 일찍 도착하면 들어가 계시라는 연락이 왔다.

사실 카페에서 실시간으로 기가 빨리고 있던 중이라 잽싸게 짐을 챙겨서 작업실로 와버렸다.

그 와중에 감사하게도 에어컨을 켜놓고 가셨네. 하면서 싱글벙글 들어와서 앉았다. 

 

 

안그래도 분명 먼저 와계실텐데 어떻게 몰래 선물을 드리나 고민했는데 잘됐다 싶기도 하고.

사실 늘 먼저 와계시니까, 잠시만 눈을 감아달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

맨날 그냥 들어오던 사람인데 갑자기 그러면 얼마나 수상하겠느냐고. 

 

 

천천히 오시라 하고 책상에 쇼핑백을 올려두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 보자마자 자기껀줄 알겠지.

사실 내가 예상한 반응은 무표정으로 “ 아, 감사합니다. ” 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방싯 웃으면서 

“ 이건 뭐에요? ” 하더니 이것저것 들춰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미소를 지으며 꽤 좋아하시는 거다.

감사하다고 하더니 좀 이따가 인스타에 올려도 되냐고 물어보신다.

그러라고 하자 약간 사진 각을 세우더니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집중한 뒷통수를 보고 있자니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오~ 이정도로 좋아하실 줄은 몰랐는데. 꽤나 만족스러운 반응이군! '

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뒤에서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역시 선물해드리길 잘했어 라고 생각하면서.

 

 

 

 

몇 일간 집에도 못 들어간 데다가 밤을 새고 오셨다더니 걸음걸이가 평소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평소라면 그냥 뚜벅 뚜벅, 걸었을텐데 오늘은 터벅…터벅… 하고 누가 바닥에서 그의 발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무겁게 걸었다.

구두를 신어서 그런가 오늘은 유독 발걸음 소리가 더 둔탁하게 들려왔다.

 

힘든 기운이 물씬 느껴졌지만 최대한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애써 웃음짓고 텐션을 올리는 그가 짠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대화를 나누다가 천주교라길래 세례명을 여쭤보니

가브리엘이요! 대천사죠. ” 하고 자랑스레 말하는 그 때문에 또 빵 터져버렸다.

흡사 “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죠. ” 라고 말하는 뉘앙스와 상당히 비슷한 표정과 말투였으니.

 

 

우리에겐 시간을 주고 본인은 애써 피곤함을 날리기 위해 커피를 연신 들이키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하는 모습에 저절로 ‘ 에고~ ’ 하는 탄식이 작게 나왔다. 진짜 피곤할텐데. 

운전 조심하라고 했더니 한참 뒤에 [감사합니다.] 하는 답장이 왔다. 

 

대충 시간으로 보면 집에 들어갔겠지 싶은 시간. 확인할 길은 없지만 여튼 푹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른 새벽부터 스토리가 올라왔다.

빼곡히 글이 적힌 모니터 화면 아래로 차례로 줄서있는 커피 캔, 몬스터, 박카스까지.

아후 보기만 해도 기가 빨린다. 우리 애들도 일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매일 몬스터랑 박카스 달고 사는데.

절대로 잠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사진이였다. 독하다 독해. 

 

새벽부터 일하느라 또 아침 못 먹었을 거 같아서 아침 보내드리려고 했더니 철벽방어를 시전하신다….

어지간하면 져줬으면 좋겠는데 이번엔 절대 안 지겠다고 한다.

 

잘 시간도 없이 일하는 바쁜 사람이 괜히 나 때문에 시간 뺏길까봐 그냥 내가 포기하고 말았다.

 

아우 내가 졌다!

저 고집을 어떻게 이기느냐고. 내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거예요~ 

 

 

아무튼 가브리엘씨가 부디 오늘은 식사를 제 때 하고, 일을 다 끝내고 푹 잤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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