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제 생일이였어요.
오래전부터 일에게서, 또 사람에게서 잔뜩 지쳐있어서 혼자 있고 싶었어요.
그렇게 도망치듯 여행을 갔는데 혼자 있는 시간이 행복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외롭기도 했어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있는건 힘들어하면서 때때론 일상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 하는 간절함도 있었어요.
참 이상하죠? 가끔 그래서 모순적이라는 이야기도 종종 듣곤 했어요.
사실 한 살, 두 살,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기 시작하니까 생일이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내가 매년 생일을 챙겨줘도 내 생일에는 조용했던 사람들이 한 두명씩 늘어가면서,
저도 다른 사람들의 생일에 점점 무뎌져 가기도 했고요.
나 혼자 신경쓰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무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메세지 하나면 되는건데, 그 하나 마저도 허용되지 않는 사이라니. 씁쓸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FJuj1/btsJyiDSTNf/ayjogAdUnubxRUFOQ461z1/img.jpg)
그 날도 그렇게 친한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보내주는 선물과 메세지에 감사를 표하고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연락을 무지 기다렸습니다. 안 그런척 했지만요.
그렇지만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도 그 사람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그냥 메신저 친구면 당연히 내 생일인게 뜰텐데…
매번 잊는 게 많은 사람인지라 내 생일도 잊었구나. 싶어서 많이 서운했습니다.
섭섭한 마음을 좀 감춰보려고 일찍 호텔에 들어와서 불을 끄고 누웠는데,
계속해서 저 마음 한 구석에 ‘서운함’ 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거 있죠?
참나. 생일축하한다고 메세지라도 보내면 손가락이 부러지기를 하나?
하면서 속으로 툴툴대고 있었는데, 정말 밤늦게 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두컴컴한 방 안이 메세지로 인해 살짝 환해졌을때,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번개처럼 낚아서 확인한거죠.
놀랍게도 그 사람이 축하 메세지를 보낸겁니다. 선물도 같이요.
선물은 둘째치고 일단 그가 생일축하를 위해 메세지를 보냈다는게 너무 감동적이였어요.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내리더라구요.
방금전까지만 해도 반건조 오징어마냥 혼자 계속 질겅질겅 씹으면서 욕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나중에 알았는데, 그 날 회사에서 너무 안 좋은 일이 있었어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날이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메세지 보내야지. 라고 생각해놓고 까먹고 있다가 밤에 생각나서 부랴부랴 보냈다고.
근데 그 말을 듣는데 고마우면서도 너무 또 마음이 아팠어요.
힘들다는 말 진짜 안하는 사람인데 힘들다고 하니까, 근데 또 나는 서운하다고 욕이나 하고 있었으니 원.
그 사람이 보내준 선물은 너무 아까워서, 쓰지를 못 하겠더라구요.
결국 못 썼어요. 못 쓰겠더라고요. 아마 사물이였으면 진짜 포장도 안 뜯고 그대로 두었을거 같아요.
그리고 볼때마다 그 사람 생각을 했겠죠.
생일이 다가오니까 그 사람 생각이 났어요.
이번 생일에는 연락이 안 오겠지만, 그냥. 그냥 그 때 정말 고마웠어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거 같아서 글로 남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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