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돈 쓰는 얘기 뿐.
외식업 에피소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껴야 해. (그게 무엇일지라도)

by Shinbibi 2021. 6. 5.
728x90
반응형
SMALL

 

 

 

 

 

 

 

나는 비교적, 평범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이미 아기 때부터 응급실 신세를 여러번 졌었고, 

 

정작 당사자인 나는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을 하지 못하는데 

 

가족들이 그 기억을 나눠서 여지껏 기억하고 나에게 말해주곤 한다. 

 

 

 


 

 

갓난아기 때 유모차를 탄 채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머리뼈가 보일 정도로 이마가 찢어졌던 적. 

 

( 아기 머리는 발달이 덜 되서 말랑말랑하다보니..... 상상하면 징그러운데 정말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 

 

너무 아기라서 마취도 없이 그 이마를 꿰맸다고 한다. 그 고통은 상상하기도 싫다....  

 

장미맛 사탕을 먹다가 식도에 그대로 막혀서 숨을 못쉰 채로 얼굴이 새파래졌던 적...

 

 

 

이건 언니들의 증언에 따르면, 병원에 가기도 전에 

 

엄마가 망설임없이 내 다리만 잡고 들어 등짝을 부서져라 퍽- 하고 때렸더니 

 

사탕이 튀어나와 팍- 하고 벽에 던져졌다고 한다. 

 

 

엄마는 아직도 그 일로 '내가 너의 생명의 은인이다-' 라고 종종 말씀하신다.

 

언니들은 엄마가 그래도 애긴데 그렇게 세게 때리는거 처음 봤다고 기겁을 하곤 한다ㅋㅋㅋ 

 

 

 

 

 

아, 이건 다소 혐오스러울 만한 이야기인데 

 

TV에서 나오는 콧구멍에 500원 동전을 넣는 남자를 보고 

 

내가 따라한답시고 도토리를 콧구멍에 넣었다가 응급실에 가서 빼온 적도 있었다. 

 

하필 도토리라서 콧물에 불어가지고 크기가 커졌다는 슬픈 이야기..

 

응급실에 있던 간호사들이 웃음참기 챌린지를 했다던데 ( 사실 안 참은 듯. 엄청 웃었다고 한다. ) 

 

나는 정말 하나도 웃기지 않았다... 정말 안 빠졌기 때문이다. ㅠㅠ 

 

 

 

 

안 빠져서 손가락으로 내가 파내다가 더 깊숙히 들어가버렸기에 

 

동네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야 된다고 그래서 차타고 부랴부랴 큰 병원 응급실에 갔었다. 

 

이 날의 기억은 어쩐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가느다란 핀셋으로 도토리를 빼자마자 코피가 줄줄줄 나온거랑,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혼났던 기억.. 차 밖으로 보이던 야경이 희한하게 또렷히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언제는 학교에서 피검사를 했는데, 백혈구 수치가 정상수치보다 낮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나아진 거 같은데, 

 

그래서 지금 내가 면역력이 좋지 않나? 라는 찜찜한 기분이 든다. ( 종종 면역력이 떨어질 때가 있어서... ) 

 

면역력 때문인지 피부과도 굉장히 많이 다녔다. 알레르기 증상이 종종 있음.

 

 

 

 

그리고 발목 휨 + X자 다리 + 양측 골반위치 다름 + 척추측만증 + 일자 목  이라는 5콤보로 

 

중학교 3년 내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 마사지 해주시는거 뒤지게 아픔 ㅠㅠ 맨날 눈물났음..)

 

신발 안에 교정기 깔창을 깔고 다녔다...

 

이걸로 그래도 발목, 다리, 골반위치까지는 맞춰졌으나 

 

한번 휘어버린 척추와 일자 목은 바뀌질 않았다^0^.... 허허. 

 

 

대학생때는 눈길에 미끄러져 2주 입원 하고 깁스도 하고 다녔었는데,

 

그 날 이후로 왼쪽 발, 왼쪽 허리는 툭하면 아프게 되었다.

 

한번 다친 발이나 다리는 약해져서 계속 다친다고 하니 주의하자..... 

 

 

 


 

 

 

대충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고 나서

 

비로소 이젠 좀 건강해졌나? 라고 생각할 때 쯤, 

 

나의 체력을 모두 끌어다 쓴 바로 그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쇼핑몰 안에 오픈 할 레스토랑이였고, 

 

처음부터 어느정도는 바쁠 거라고 각오를 했다. 물론 그 각오는 하루만에 박살이 났지만. 

 

 

 

 

 

일단 애석하게도 키친파트 여자직원은 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남자직원들은 모~두 나보다 직급이 한참 높은 매니저들이였고.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잡일은 내 차지가 되었다. 

 

내 키의 두 배의 높이의 물건들이 매일 아침 대형카트 2개에 가득 왔고, 

 

당연히 그 물건들은 내가 정리해야 했다. 매니저님들 출근하기 전에 말이다.^^ 

 

( 진짜 매번 강조하지만.... 박스에 손잡이 구멍이 있어야 한다고!!!!! )

 

 

 

 

 

가뜩이나 무거운 상자를 계속 옮겨야 하는데 힘없는 나는 

 

'여자라서 못한다' 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굉.장.히 무리하며 한번에 다 옮기려고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은 짓이다... 힘들면 그냥 힘들다고 하고 꾀를 부렸어도 될 일인데.

 

쓸데없이 우직한 성격과 근성이 그런 데서 발휘되니 체력이 깎여나갈 수 밖에.  

 

 

 

조금만 낑낑거리면 쟤 여자라고 힘든 척 한다고 매서운 말들이 날아와 가슴에 꽂혔다.

 

쌍욕이 목끝까지 차올랐지만 어쩌겠는가. 사회생활은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참을 수 밖에. 

 

그렇게 무거운 박스와 짐들을 잔뜩 옮기다보니 손목, 팔목,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래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병원이 열지않는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니ㅠㅠ 

 

 

 

 

 

 

( 이때 무리하게 손목을 쓴 까닭에 아예 고질병으로 굳어버렸다.

 

손목 터널증후군이 심할 때는 혼자 머리도 못 묶을 정도로 손목을 못 쓰고 있다.... )

 

 

 

 

 

 

그리고 정말 손님들은 무섭게도 몰려왔다.............

 

손으로는 음식을 만들면서도 밖에 서있는 줄어들지 않는 웨이팅 줄을 보면 진짜 숨이 막혀왔다. 

 

 

 

 

 

 

끊임없이 나는 일을 하고 주문을 쳐내고 있는데 주문이 줄지 않는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주문서 꽂는 부분이 없어서 주머니에 주문서 여러장을 쑤셔넣고 일한 적도 있고, 

 

아침에 아무리 바쁘게 재료준비를 해도 몇 시간이면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나갈 식재료가 없었다.

 

 

 

주방에 근무하는 인원은 열 명 남짓인데 하루 매출을 2천만원도 찍는 날이 있었으니... 

 

( 수 년 전의 일이니까, 지금 물가로 치면 1.5배는 되지 않을까? 

 

어지간한 매장 한 달 매출정도 된다... 이걸 하루에 해내는 곳이 있다... ) 

 

 

정작 손님들의 식사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밥 먹는 시간이 없었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팩트다.

 

화장실 갈 시간이 없는데 밥을 먹는다고? 말도 안된다.

 

 

 

화장실 가는 것도 너무나 미안해 해야 했다. 

 

그 잠깐 이동하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주문서는 밀려들어왔고, 

 

두 사람이 쳐내는 주문과 한 사람이 쳐내는 주문에는 당연히 속도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참고 참다가 발을 동동 구를 때쯤이 되어서야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미안한데 정말 빨리 다녀오겠다고 하면서 뛰어갔다 왔다. 

 

다녀오면 당연히 주문서는 늘어나 있고, 그 잠깐 자리 비운 타격이 눈에 띄게 느껴졌다. 

 

 

 

 

 

물을 마시면 화장실에 가니까, 물도 최대한 안 마시고 버티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탈수나 방광염은 걸리지 않았다. 이게 다행인건가? 싶지만.. 

 

나와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체력이 갈리다 못해 아침에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출근한 적도 있다... 

 

나도 진심 1시간만이라도 병원에 누워있고 싶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내가 없으면 내 파트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 끔찍했다. 

 

 

 

 

 

 

 

 

 

당연하게도 주방근무자들은 휴무일이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지옥이였으나 한 명이 쉬는 순간 불지옥이 될게 눈에 선했다. 

 

 

무조건 다들 오픈-마감까지 근무할 수 밖에 없었고, 나는 집이 멀어서 출퇴근 시간이 4시간이나 걸렸다.

 

하루에 대충 근무시간이 16시간 정도 되었으니 나는 하루 24시간 중 20시간을 일에 쓴 셈이다 ㅡㅡ 

 

그러다보니 집에서 자는 시간이 2~3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진짜 미친게 아닐까... 지금 생각해봐도 미친 것 같다. 소름이 돋는다. 

 

 

 

 

 

아마 이 때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밥은 하루에 한 끼 먹을 수 있을까 말까.

 

( 집에서 아침을 먹으면 그게하루 식사의 끝이였다... 

 

못 먹으면 그냥 출근길에 빵 하나.. 진짜 밥먹을 시간이 없었다. )

 

이 패턴을 거진 한 달 동안 행하다 보니 이 때 내 평생의 건강이 훅 깎인게 아닐까 생각된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 곳에서 일한 두 달 동안 살이 10kg나 빠졌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했던게 아닌데 이렇게 갑자기 살이 확 빠진건 처음이라 나도 놀랐다. 

 

살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먹는게 없으니 당연할 수 밖에.

 

그리고 이렇게 굶어서 빠지는 살은 나중에 요요로 불어나게 된다 -_- ........

 

 

 

또한 계속해서 불규칙적으로 생활하다보니 위가 다 망가졌다.

 

( 굶거나, 먹어도 하루 한 끼 겨우 먹거나, 먹는 양도 시간도 불규칙적 들쑥날쑥. ) 

 

위가 나쁘다 보니 속 쓰린 위염도 잦았고, 양치를 자주 해도 구취가 심해졌다. 

 

쓰다보니 그냥 계속해서 사람이 질병만 추가되는 느낌이군. 근데 그 느낌이 맞다. 사실이니까. 

 

 

 


 

 

 

 

 

그렇게 혹사시킬 수 있을 만큼 나를 혹사시킨 것 같다.

 

급여명세서에는 말도 안되는 금액이 찍혀나왔고, 

 

( 월급보다 연장수당 금액이 더 많게 나왔다... 

 

나도 살다가 이런 명세서는 처음 받아봤고 그 이후로는 받아볼래야 받아볼 수 없는 금액이였다. ) 

 

사람들은 '얘 이렇게 많이 일했어?' 하며 그제서야 놀라곤 했다. ( 그래 이 새끼들아 너네가 굴렸잖아 ) 

 

 

매일매일 퇴근할 때는 '사람이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걸어다녔고

 

하루 종일 서있다보니 다리가 퉁퉁 붓고 발바닥과 종아리가 화끈화끈거렸다.

 

 

 

다리와 발바닥이 아파서 귀한 2시간의 수면 시간도 2시간을 꽉 못 채우고 침대에서 뒤척이곤 했다. 

 

아침에 울리는 알람소리를 들을 때면 ' 아 진짜 그냥 확 가지말까? ' 하다가도

 

같이 개고생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겨우겨우 몸을 이끌고 나갔다. 

 

 

 

 

왜 그렇게 무식하게 일했을까. 아직도 종종 생각하면서 과거의 내 자신이 안쓰럽다. 

 

그렇게까지 일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때 내가 20대여서 끌어다 쓰고 버틸 수 있었던 체력은 

 

30대가 된 지금은 남아있는게 있나 싶을 정도로 약해져버렸다.  

 

그래서 그 지옥같은 경험에서도 배운 점이 있다. 

 

 

 

뭐든 적당히 할 것. 

 

내가 쓸 수 있다고 100%, 200% 쓰지 말 것. 

그게 힘이든 노력이든 시간이든 뭐든. 

 

 

 

그 때 아껴두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남아있는게 거의 없는 것 같다.

 

지금의 나처럼.

 

 

어디선가 과거의 나처럼 무식하게 일하고 있는 청춘들이 있다면 

 

너무 열심히 하지말고 뭐든 아끼라고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다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728x90
반응형
LIS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