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차곡차곡 올렸었던 에피소드인데, 심심할 때 쯤 하나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 조용한 블로그에 찾아와 누가 순서대로 찾아 읽을까 싶긴 하지만서도...-_-;
언젠가 한번쯤은 이 이야기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그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 때 당시 회사는- 글쎄. 지금은 더 나쁘지만 그 때도 평판은 제법 나빴었다.
그래도 회사 이미지가 어느 정도는 좋아야 나도 떳떳하게 직원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나에겐 별다른 선택지가 많이 없었다.
백수로 지낸 지 몇 개월, 모아둔 돈은 여행다닌다고 흥청망청 쓰고 다녔기에
더이상 입사를 미룬다면 정말 집에서 내쫓길 것만 같았다.
일단 일을 해보자. 일을 해보면 그래도 좀 다르겠지. 그래도 대기업인데.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입사하게 된 걸 후회한다.
그렇지만 입사하지 않고 다른 곳을 기다렸었다면,
더 좋은 곳에 내가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모르겠다.
근무시작 첫 날.
회사의 본부장님을 만나고, 본인이 몸 담은 회사에 자부심이 엄청나신 분이라는 걸
몇 마디 나눠보지 않고 금방 알아챘다.
본인의 회사만이 최고고 다른 회사를 내려치기 하는 발언이
결코 좋은 모습은 아닐텐데 독특하게도 이 회사만을 칭송하셨다.
'난 아직 이 회사를 잘 모르는데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첫 근무지는, 애석하게도 누군가가 이미 도망쳐서 생긴 공석이였다.
그것도 두 사람이 한꺼번에 같은 날.
아마도 두 사람이 함께 일하면서 이야기 하고 아니다 싶었는지 줄행랑을 친 것이였다.
괜찮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도망이라면 꽤 전적(?)이 있던 사람인지라 걱정이 앞섰다.
일반회사가 아닌, 외식업관련 매장은 입사와 퇴사가 굉장히 빈번하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날에 두 명이 도망가는건 좀 너무한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들었다.
나도 '아니다 싶으면 오늘 하고 도망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첫 근무지는 대형 쇼핑몰이였고, 영업시간이 긴 매장이였다.
당연히 3교대 오픈, 미들, 마감 포지션으로 스케줄로 근무했어야 했다.
웬만한 외식업 매장이라면 거의 다 이런 식의 스케줄로 근무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들어온 신입들의 경우 대부분 마감 스케줄을 받게 된다.
집이 가까운 편이 아니였어서, 마감할 경우 택시비가 꽤 나오는데
점장님은 교통비가 지원되니 그냥 택시타고 퇴근하라고 하셨다.
택시타고 가면 편하지 않냐면서.
근데 장거리를 택시를 타고 가면 절대 편하지 않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딱히 신입인 내게 발언권은 없었다. ( 있었어도 들어주지 않았을게 뻔하고_)
알겠다고 했다. 당장 내 돈이 나가긴 하지만 뭐. 회사에서 지원해준다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점장님이 굉장히 버벅거리는 게 눈에 보이고, 느껴졌다.
뭔가 질문을 하면 말을 얼버무리거나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게 대다수였다.
알고보니 점장님도 외부경력자로 들어온 신입직원이였던 것....
나는 배우려고 온 사람인데, 어째서 점장님이 신입인거지...? 하는 이상한 의심이 들었다.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도 이제 막 몇 주 되지 않은 신입 직원들이였고.
그래도 다른 직원과 이야기를 하며 좀 친해지게 되었다.
어쩌면 이 곳이 생각보단 괜찮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그 때 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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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점점 지쳐가다 - 사람이 떠나간 곳에는 뭐든 이유가 있다. (tistory.com)
열심히 일하다가 번아웃이 와버렸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거 뭐든 적당히 합시다.
- by shinbi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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