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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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퇴사할까? - 일하다 내가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
2. 점점 지쳐가다 - 사람이 떠나간 곳에는 뭐든 이유가 있다. (tistory.com) 2. 점점 지쳐가다 - 사람이 떠나간 곳에는 뭐든 이유가 있다. 1. 어쩌다보니 입사 -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다. (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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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1, 2화 연재 주기가 8일이 되어서 8일마다 연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 사이 나는 같은 날 입점한 주변 다른 가게직원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매장 직원들과도 꽤 친해져서 술 자리도 같이 하는 사이가 되었다.
( 물론, 당연하게도 점장님과는 따로 사석에서 만나지 않았다........ )
그리고 대개 술자리의 안주는 대다수가 점장님에 대한 불평+불만들이였다.
이 직업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마음이 맞으면 얼마든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직업이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으쌰으쌰할 수 있고,
그리고 그 목표달성을 해내면 기쁨도 보람도 N배는 가능한 직업군이다.
만약 다른 점장님 ( 그러니까, 나를 그렇게 싫어해서 괴롭히지 않는-_- ) 과 함께였다면,
어쩌면 나도 그곳의 기억을 좀 더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나를 가르치려는 상사가 있었더라면 나도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훨씬 더 노력하지 않았을까?
뭐 매출증진을 위해서 서비스 질을 높인다던가, 신메뉴 판매를 위해 권유멘트를 한다던가,
외국인 손님들과의 좀 더 정확한 소통을 위해 외국어 공부를 조금이라도 했다던가와 같은.
당시의 나는 굉장히 지쳐가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좋아하지 않는 상사를 위해 노력할 만큼의 기력이 나에겐 남아있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 업무를 소홀히 하거나, 게을리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되, '그 이상'을 하려고 하진 않았던 것 같다.
매번, 매 순간 점장님이 정말 싫고 미웠지만,
마감 후, 혹은 쉬는 날 다른 직원들과 이야기 하고 술 마시고 시간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정이 들어버렸다.
이래서 술자리가 위험한 겁니다!!! (?)
다들 비슷비슷한 나이또래에,
비슷한 고민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친해질 수 밖에 없다.
힘들게 같이 일하면서 때론 서로 실수할 때마다 웃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털어놓게 되고.
이 직업이 힘든 만큼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쌓아가는 동료애는 꽤 크게 작용한다.
어쩌면 이대로도 괜찮겠다- 라고 생각했다.
물론 싫은 사람은 존재하지만, 다른 직원들이랑 일하는 데에 있어서 뭐 큰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서로 이야기 하면서 일하는 스타일을 맞춰가고,
속상하거나 서운한 점들은 술자리에서 이야기하고 털어버리곤 했다.
그러다보니 서로 뒤끝도 없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차차 적응을 해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와중에 - 내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생겼다.
또 누군가가 매장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직원이 나인것 같다고, 다른 직원이 들은 게 있다며 미리 귀뜸을 해주었다.
당연하게도 그 결정은 점장님이였다.
항상 모든게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배경에 또 점장님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몸서리치게 짜증이 났다.
그렇게 바랄 때는 들은 척도 안하고 보내주지도 않더니 왜 이제와서? 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번째로는 이미 정 들어버린 직원들을 뒤로하고
또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적응할 생각을 하니 부담감이 커졌다.
그토록 싫어하던 점장님과 헤어진다는 건 너무 기쁜 일이였고
근무지와 집이 가까워지는건 좋은데, 꽤 친해진 직원들과 헤어지는게 너무 아쉬웠다.
같이 일하던 직원들도 크게 서운한 티를 내며 그래도 자주 놀러오라고,
연락해서 따로 만나자고 신신당부를 했다.
점장님에게는 그냥 별다른 말 없이, 대충 성의없는 인사를 하고 수고하셨다며 마지막 근무를 마무리했다.
친해진 직원들과는 따로 만나면 되니까, 점장님과 헤어지는걸 더 기쁘게 받아들여야지.
그리고 그렇게 다른 매장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그 곳은 백화점이였고, 기존의 매장보다 훨씬 바쁜 매장이였다.
좋은 점은 비교적 영업시간이 짧다는 것,
나쁜 점은 백화점인 만큼 어지간한 친절도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
( 객관적으로 꽤 친절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상의 친절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도 항상 생각해왔던 건 나는 백화점같은데서는 일 못하겠다~ 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
창고가 엄청나게 멀어서 배송받으러 왔다갔다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였다.
백화점 특성상, 고객들의 동선과 직원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직원통로가 따로 있는데, 그 통로를 지나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리고 그 주차장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데, 이 길을 외우는게 은근 헷갈려서 초반에 애를 좀 먹었다.
이전에 있던 매장은 그래도 같은 층이기라도 했지, 이 곳은 동선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아,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빼먹었다.
지하주차장은 정말, 불가마 한증막 저리가라할 정도로 찜통이였다. -_-
어디든 장단점은 있는거니까, 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옮긴 매장이 너무 바쁘고, 꽤 힘든 매장이였다.
그렇다보니 신입 직원들이 매일매일 도망가기로 유명세를 떨치던 매장이였고,
나도 하루만에 왜 사람들이 도망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 근성하면 또 빠지지 않는 사람이지!
힘들어도 버티기로 했다. 어쨌든 옮긴 순간부터 내 매장이고,
이 곳을 버티지 못하면 어쩐지 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옮긴 매장의 점장님은 업무에 대해서는 잘 알려주시는 편이였다.
챙길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직원들을 챙겨주시려고도 했다.
그나마 이 점이 나를 버티게 해주었던 것 같다.
사실 그토록 싫어하던 점장님에게서 벗어났으니 그 누구든 다 좋아보였겠지 싶고.
직원들도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크게 나쁘지 않았고,
백화점 내에 계시는 다른 매장 이모님들도 우리 직원들을 좋게 봐주셔서
마감시간 끝나고 나면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기에 그런 것들도 상당히 얻어먹기도 했다.
( 판매당일까지가 유통기한인 제품은 어차피 폐기되니까, 몰래 먹으라고 쥐어주신다.
백화점 매니저들은 그런걸 알고 있지만,
최대한 들키지 말고 백화점을 벗어나서 주라며 신신당부를 하였다.ㅋㅋ )
물론 나쁜 점은 바로 몸으로 느껴졌다.
배송도 받고 무거운 짐을 계속 나르고, 선입선출을 한답시고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죄다 꺼내서 넣고를 반복하다보니 손목, 팔목, 어깨,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성별 구별없이 무조건 자기 몫은 자기가 해내야 했기 때문에, ( 대신 해줄 사람도 없다... )
체력이 약한 직원들은 빠르게 퇴사하곤 했다.
그런 직원들을 보면서 나도 그 때 퇴사했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이제서야 한다.
사람은 항상 그렇게 지나고서야 후회를 하니 문제다.
물론 자기 너무 힘들다고 퇴사해버리는 사람들을 보며 솔직히 좀 짜증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힘들어서 못 하겠다고 했던 직원들도 여럿 봤는데,
아니 그럼 난 뭐 남자냐고????????? -_-
'내가 하니까 당연히 저 사람도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못하겠다고 그만두곤 했다.
그냥 하기 싫으면 솔직히 하기 싫다고 하면 된다.
본인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든거겠지.
그런데 그렇게 성별 핑계를 대면 같은 여자로서 짜증이 치솟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계속 가르쳤다 싶으면 그만두고, 또 입사한 사람을 가르치면 그만두고. 악순환의 반복이였다.
나도 사람인데, 계속 그렇게 사람들이 왔다가니 지쳐버려서
누가 와도 ' 이 사람도 금방 그만두겠지 ' 라고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스쳐지나갔다. 정말 지겹도록 말이다.
계속 입사와 퇴사가 잦은 매장이다보니 구인도 잘 안 될뿐더러
하도 퇴사를 많이 하다보니 우리 매장 직원들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회사에서는 꽤 있었다.
뭐 예를 들어 괴롭힌다던가, 텃세를 부린다던가 하는게 아닌가 의심을 한다고 했다.
현실은 괴롭힐 시간조차 없는데 말이다.
그게 아닌데! 잘해주면 뭘하나 그냥 뒤도 안 보고 나가버리는 것을! ㅠㅠ
도대체 이 매장에 안정이라는게 찾아올까?
도대체 누가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할 만큼 그렇게 이상한 매장인가?
내가 지금 너무 이상함에 익숙해져서 일하는 걸까?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이런 저런 생각들로 자주 뒤척이게 되었다.
어쩌면 내 불면증은 이때쯤 부터 서서히 진행되지 않았을까 싶다.
걱정이 많아지면서 잠을 깊이 자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들 이렇게 자주 그만 두는데, 나도 그만 둬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갖던 차에,
드디어 새로운 '누군가'가 입사하게 되었고, 그렇게 또 다른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열심히 일하다가 번아웃이 와버렸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거 뭐든 적당히 합시다.
- by shinbi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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