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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쓰는 얘기 뿐.
외식업 에피소드

2. 점점 지쳐가다 - 사람이 떠나간 곳에는 뭐든 이유가 있다.

by Shinbibi 2021.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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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다보니 입사 -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다. (tistory.com)

 

1. 어쩌다보니 입사 -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다.

브런치에 차곡차곡 올렸었던 에피소드인데, 심심할 때 쯤 하나씩 올려보려고 합니다. 이 조용한 블로그에 찾아와 누가 순서대로 찾아 읽을까 싶긴 하지만서도...-_-; 언젠가 한번쯤은 이 이야기

shinbbi.tistory.com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초반에는 매장오픈 초창기라 본사 지원팀도 있었고, 

 

신입인 내가 뭘 결정할 수도, 상황을 넓게 바라볼 만한 여유도 없었다.

 

그래서 상황을 좀 늦게 판단했던 것이 어찌보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쏟아지는 관광객들의 주문을 받고 일하는 데에만 에너지를 써도 체력이 모자랄 정도였다.

 

 

 

가장 기본적인 영어회화 ( HOT or ICE 를 알아듣지 못한다.... 세계공용어 맞냐고.) 

 

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관광객들도 있다는 것에서 굉장히 놀랐고...

 

두번째 세계공용어인 바디랭귀지를 사용하는데도 못 알아 들으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였다.

 

매장 위치상 중국인 여행객들이 굉장히 많이 왔는데, 

 

그저 큰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주문하는 턱에 나 또한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메뉴판을 가르키며 이거인가요 저거인가요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 당연하겠지... 나는 한국어로 물어봤으니까 ㅋㅋㅋㅋ )

 

뭘 찾는데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그 때 처음으로 제2외국어를 중국어로 하지 않은 나 자신을 탓했다. 

 

물론 그 때의 내가 중국인을 이렇게 많이 만날 줄 알았겠느냐고 ㅠㅠ 

 

 

 

 

 

 

 

 

 

 

그렇게 정신없는 첫 주가 지나가고, 본사지원팀이 다른 매장으로 이동한 후 

 

드디어 우리 매장직원들끼리 손발을 맞춰 일하겠구나! 하는 시기가 왔다. 

 

사람만 너무 많고 북적이는 탓에 정말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야 좀 넓직해진 공간에서 일할 수 있겠구나 하고 한시름 놓으려는데, 

 

점장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 저 재고조사 좀 하고 올게요. "

 

 

 

당시 직원들도 다 신입이라 어떤 제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몰랐고, 

 

발주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러라고 하고 직원들은 매장에서 계속 손님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점장님은 코빼기도 보일 생각을 안했다. 

 

심지어 우리 매장 재고가 있는 창고는 걸어서 가도 되는 굉장히 가까운 편이였고, 

 

이미 오픈초도물량으로 받아둔 것들이 꽤 많아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 점장님 아직 안 오신거에요? "

 

" 아니 그러게요? 지금이면 재고조사 다 끝났을 시간인데. 우리 식사시간도 교대해주셔야 할텐데. " 

 

 

 

 

 

직원들과 이상하다는 뉘앙스로 말을 주고 받은 다음, 

 

식사시간 때문에 여쭤보러 창고에 가보니 점장님은 주저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계시는게 아닌가.

 

딱 봐도 재고조사 끝나신거 같은데...?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뭐 다른걸 하는가보다 하고 그냥 넘겼다.

 

 

 

 

 

" 저 점장님, 저희 식사 돌려야 되는데요. "

 

" 아 네 알아서 돌리세요~ 저는 알아서 먹을게요. 

 

그리고 저 스케줄도 짜야되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세요. "

 

" ????? 네.... "

 

 

 

 

그럼 도대체 매장은 언제 오시겠다는 거지...? 

 

식사타임에 한 사람이 가면 매장에 근무하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어서 굉장히 바쁜데.. 

 

 

물음표를 가득 안고 매장으로 돌아와서 이와 같은 상황을 전달했다.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직원들의 얼굴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의문스러운 표정이다.

 

 

 

회사원이라고 친다면, 느닷없이 팀원 중 한 명이 굳이 자기 자리를 놔두고

 

다른 층에서 일할 테니 무슨일 있으면 불러라~ 이런 것임.

 

 

 

 

 

 

 

 

 


 

 

 

 

 

이런 일들이 꽤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다.

 

내 기준에서는 재고조사가 저렇게 오래 걸리는 것도 이상하고, 

 

( 당시 쓰던 물품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라서, 진짜 넉넉잡아 30분이면 충분했다.

 

게다가 이미 오픈 초도물량으로 어지간한 건 다 갖추고 있지 않은가... ) 

 

 

 

 

스케줄은 한번 짜면 1~2주씩 짜는건데 왜 매일 짜는 지도 잘 모르겠고.... 

 

계속해서 의문스러운 와중에 점장님은 직급에 비해 허둥대는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주셨다.

 

 

 

 

뭐를 자꾸 까먹는다던가, 음료 제조 하나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던가.

 

점장님이 마감한 다음날 오픈을 하게 되면 매장이 너무 정신없고 지저분한 구석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그런데 퇴근시간을 보면 쓸데없이 너무 늦은 시간에 퇴근이 찍혀있어서 

 

그건 또 그거대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밤 10시 이후에는 야간 + 연장수당이 붙기 때문에 당연히 예민할 수 밖에... )

 

 

 

 

 

 

 

눈에 띄게 뭐가 깨끗해진다던가.

 

일이 다 되어있는 것도 아닌데 왜이렇게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는 걸까? 

 

정말 의뭉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였다.

 

 

 

 

그걸 또 나만 느꼈다면 또 모를까.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들 점장님에게 이런저런 불만들이 많았었다.

 

 

왜 자꾸 일한답시고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그게 왜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청소가 꼼꼼하지 않고... 선입선출이 안되고... 발주를 잘못해서 뭐는 많고 뭐는 없고...

 

그러니까 이 모든 것들은, 점장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 of 기본인 것들인데,

 

왜 그게 당연하지 않은건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렇게 점장님이 벌인 일들의 수습은 죄다 직원들이 하게 되었다.

 

없는 물건을 빌리기 위해 다른 매장에 갔다와야 한다던가, 

 

더 청소를 해야 하고, 잘못 진열된 제품들을 다시 진열하고, 청소를 대신 한다던가... 

 

직원들의 불만은 점점 커져갔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또 하나 있었는데, 

 

( 사실은 가장 결정적으로 점장님을 싫어하게 된 사건이라고 하자. ) 

 

직원들의 사이즈를 조사해서 유니폼을 받으러 본사에 간다 하셔서 L 사이즈를 부탁드렸다.

 

 

 

 

그런데 가지고 돌아온 유니폼의 사이즈는 M 이였다.

 

아니 왜..........? 

 

그것도 다른 직원들의 유니폼은 제대로 가져왔는데, 내 것만 굳이 한 치수 작은 사이즈를 받아오셨다.

 

 

 

 

" ㅇㅇ씨거는 제가 M 으로 받아왔어요. "

 

" 네?? 왜요...? ( 그럴거면 왜 조사했죠... ) " 

 

" 그냥 그래야 될거 같아서. 어차피 M 도 맞잖아요? 그냥 이거 입어도 될거 같아요! "

 

" ???? 아..... "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무더운 여름이였고, 나는 결코 마른 체형이 아니였다. 

 

그리고 유니폼은 딱 맞게 입는걸 절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고, 세탁 자주 하다보면 줄어들기도 할 텐데...

 

 

 

어차피 본인마음대로 가져올 거였으면 왜 사이즈 조사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다른 직원들은 다 제대로 받아다주고 왜 내 것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보통 잘못 가져오면 미안하다고 사과를 먼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스물스물 들었다. 

 

 

 

 

그러나 점장님은 내게 사과 한 마디 없었고, 

 

내 체형에 너무나 딱 맞는 ( 들러붙어서 아예 몸매 굴곡 라인이 다 드러나는; ) 

 

유니폼을 보고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나는 안 괜찮은데 왜 본인이 입으라고 강요를 하는 것인지.... 

 

 

 

 

 

 

점장이면 저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나는 나중에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열심히 일하다가 번아웃이 와버렸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봅니다.

거 뭐든 적당히 합시다.

- by shinbi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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